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8 스무 몇 해를 살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처음 듣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정재현은 여태까지 그 말을 해준 사람 중 문태일이 가장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울 만큼 가슴이 떨렸거든. 와, 나 어떡하지. 아까 영화 보면서 울긴 했는데 또 울 것 같아. 그러면서 이미 눈물 한 바가지인 걸 모르는지 정재...
실은 말야 조금 이상해그런 눈치 없음 마저 나는 좋아해 김도영은 자기 형이 결혼한다는 게 사실이었는지 이번에는 형을 대동하고 웨딩홀에 나타났다. 오랜만이에요. 동현이 형. 결혼 축하드려요. 김도영의 형인 김동현과 구면이었던 정재현이 살갑게 인사했다. 바쁘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오셨네요. 김동현 말로는 자신과 결혼할 예비 신부 둘 다 의사라고 했다. 같은 대학...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7 정재현은 식권 두 장을 들고 있던 문태일의 앞에 서며 어색하게 하하 웃었다. 뛰어왔는지, 아니면 그 전부터 그랬는지 새빨간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형,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그나저나 천천히 오지. 왜 뛰어오고 그래. 문태일이 손을 뻗어 정재현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형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정재현이 숨을...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6 집으로 가는 길, 정재현은 문태일과 총 세 번의 뽀뽀를 했다. 문태일 집 앞에서 두 번, 정재현 본인 집 앞에서 한 번. 마지막은 뽀뽀라고 하기엔 좀 진했다. 혀만 안 섞었지, 집요하게 서로의 입술을 물었으니까. (버드 키스라고 부르는 게 적당할 것이다) 정재현은 문태일의 어깨를 잡고 벽에 기대 입술을 맞대면서 혀...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5 -재현아, 혹시 시간 괜찮으면 금요일에 저녁같이 먹을래? “금요일에요?” -응, 어차피 우리 토요일에 볼 거긴 한데 그냥. 또 보면 좋지 않나 싶어서. 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뇨 저도 같은 생각이긴 한데, 죄송해요, 형. 저 금요일엔 약속이 있어서요. 정재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래? ……그럼 어...
왈왈 크르렁 A 개새끼, 개같은 새끼. 정재현이 이를 갈며 복사기 앞에서 애꿎은 이면지만 죽죽 찢어댔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는데 풀 곳이 없어서 그랬다. 여기서 개새끼는 정재현이 소속된 영업팀의 김도영 팀장을 의미했다. 입사 동기인 이동혁의 말로는 외국물까지 먹은 스웩 넘치는 엄친아라는데 정재현의 입장에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똥물에 ...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4 “안녕하세요.” “응, 안녕.” 너 이번에는 허리 굽혀서 꾸벅 인사 안 하네? 문태일이 웃으며 정재현을 반겼다. 그럼 정재현이 문태일을 따라 웃다 말고 어색한지 입가를 삐뚤게 했다. 문태일이 했던 말이 떠올라서였다. 다음에 데이트할 때 또 꾸벅 인사하면, 나 그때는 너한테 뽀뽀할 거야. 정재현은 괜히 부끄러워 손으로 귓가를 ...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3 데이트, 할래? 😊 오전 10:30 정재현은 문태일이 보낸 카톡을 읽으며 눈을 깜빡였다. 생각지도 못한 상대에게서 온 생각지도 못한 말. 데이트. 거기에 웃는 이모티콘이 하나 붙어있었다. 아마 그냥 보내면 딱딱해 보여서 추가한 걸로 보였다. 정재현은 카톡을 읽어놓고 답장할 생각도 못 했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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